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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우리 학자들 ② - 故 오주석

기사승인 2017.04.12  12: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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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숨 쉬도록, 섬세하게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이 객관성에 토대를 둔 학문의 영역에서 다뤄질 수 있는가? 아름다움은 다분히 주관적인 감상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찍이 박이문은 『예술철학』이라는 책에서 ‘예술은 세상에서 발견될 수 있는 사물·사건, 혹은 어떤 사람이 갖고 있는 느낌·사상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서 과학과 질적 차이를 갖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즉 과학과 마찬가지로 예술 또한 미처 알지 못했거나 간과하고 있던 사실 등에 기초해 진리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예술을 감상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과 지식을 깨닫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미술계에 오주석(1956~2005)이 남긴 족적의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서양의 관념과 문화에 경도된 우리의 의식과 삶의 태도에 경종을 울린 이로 기억된다. 그가 평생 몰두한 연구 대상은 한국 전통 회화였다. 그의 연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마치 박제된 상태의 것으로 박물관이나 학교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한국 전통 회화를 끄집어내 거기에 살결을 부여해 비로소 숨 쉬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한국 전통 회화에는 한국인의 삶의 전형과 정신이 아로새겨져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고, 그것을 다시 되살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위로하고 기름지게 해 궁극적으로는 그 생명의 가치와 의미를 고양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전통 회화에는 자연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우리 인간은 자연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지가 전통 회화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점에 주목하여 오주석은 과거 사람들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회화를 감상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가 주역, 음양오행설 등의 동양철학과 각종 문화적 풍습, 동식물의 생태학적 특성 등에 대해 배우고 익혔던 이유가 또한 여기에 있으며, 이것으로부터 그의 학문적 성과가 생겨난다. 가령 조선시대의 세계관 및 윤리관이 <일월오봉병> 등의 회화와 경복궁 및 도성 사대문의 이름에 담겨진 음양오행의 원리로 드러난다거나, 당시 문화적 풍습에 기대어 김홍도의 회화와 여러 민화 등에 숨겨진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찾아내거나, 동식물의 생태학적 특성을 고려해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나 변상벽의 <모계영자도>를 더 자세히 감상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우리에게 진경산수화로 알려진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승정원일기> 등의 문헌 자료를 실증적으로 검토해 그 속에 숨겨진 병든 벗의 회생을 바라는 마음을 읽어낸 것 등을 그 예로 제시할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예술은 현실의 삶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예술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학문의 영역은 어떻겠는가. 연구자 자신들만이 알 수 있는 각종 어려운 용어들이 난무하고, 제시된 참고 자료의 수와 양이 글 읽는 이를 압도하고 억압하고 있지는 않은지. 어쩌면 이런 현상들이 예술을 현실의 삶과 동떨어진 것으로 만드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주석의 책들은 그렇지 않다. 그의 설명은 친절하고, 범인의 언어 표현 방식과 거의 같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참고 자료를 동원하지도 않는다. 이는 그가 각별히 문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만약 특정 연구자가 자신이 작성하는 글의 서술 태도와 문장 작성 등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면, 그것은 분명 글 읽는 이에 대해 깊이 배려하기 때문이다. 오주석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어떻게 대중과 함께 공유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이고 이러한 그의 태도는 대중에 대한 사랑이 바탕에 놓여 있기 때문에 비로소 생겨나는 것이다. 그가 올바르게 전통 회화를 감상하는 방법, 이를테면 서양의 그림과 다른 구성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우상에서 좌하로 시선을 움직이며 그림을 바라봐야 한다든가, 그림의 대각선 길이 1~1.5배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천천히 감상해야 한다는 것 등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야 했던 것도 대중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은 언제나 섬세하고 따스하기 마련이다. 그가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태도에서, 그리고 그 연구 결과를 대중과 함께 공유하는 자리에서도 그의 손길은 한결같이 섬세하고 따스하다.

함종호(서울시립대 강의전담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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