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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보낸 편지

기사승인 2017.10.30  09: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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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시대에 다시 등장한 아날로그의 흔적들

사진을 찍기 좋아하거나 SNS를 자주 접해본 대학생들이라면 'Gudak'이라는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이미 많은 카메라 앱들이 출시된 상황에 더 특별한 것이 뭐가 있겠냐만 여기에는 분명 특이점이 존재한다.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필름 카메라 특유의 흐릿한 색감과 특징들을 스마트폰에 그대로 옮겨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사진을 찍고 난 후 결과물을 확인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사진을 찍기 위해선 실제 일회용 필름 카메라에 눈을 대는 바와 같이 좁쌀만 한 크기의 *뷰파인더로 대상을 바라봐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결과물이 저장 장치에 들어서기까지 무려 3일이란 시간이 소요된다. 휴대폰 날짜 설정을 조정하는 바와 같이 일종의 편법으로도 시간을 단축할 순 있겠지만 굳이 선명하지 않은 현상들을 소유하기 위해 이런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선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많은 이들에게 유행이나 일종의 놀이문화처럼 소비되는 까닭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다. 비단 필름 카메라 앱의 예시뿐만 아니라, 최근 우리 주변에 이와 비슷한 풍경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필름 카메라 시장의 경우 필름은 전년대비 약 30%, 카메라는 약 200% 이상 판매율을 기록했다. 중고나라를 비롯한 오픈마켓에선 과거 30만 원 대에 출시된 콘탁스T3 모델이 현재 150만 원 내외로 거래되고 있다. 음반 산업에 떠오른 레코드(LP) 시장의 급부상도 이와 유사하다. 교보문고와 같은 오프라인 유통매장에선 LP와 턴테이블이 아예 매대 한 곳을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니 말이다. 이런 아날로그 현상을 두고, 현재를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과거를 추억하는 일종의 복고 열풍과 연결시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아날로그의 역습을 눈여겨 봐야할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이 문화현상을 향유하는 대다수의 소비층이 20대라는 점이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은 이들이 디지털 시대가 막 시작됐을 당시 태어난 세대로서 컴퓨터와 MP3 같은 전자기기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며 자란 세대라는 점이다. 그런 점으로 미뤄볼 때 아날로그 현상을 추억이 재소비되는 일시적 열풍으로만 간주한다는 건 다소 어폐가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의 저자 데이비드 색스는 이런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아날로그 현상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작가는 앞서 설명한 사례들을 저자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엮어 설명하는데 이 책의 요지는 간단하다. 첫째는 아날로그 제품의 불확실성과 불완전함이 오히려 그것의 특별함 혹은 고유성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수천만 화소를 자랑하는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필름 카메라로 촬영되는 사진들은 대체로 뿌옇거나 찍힌 대상이 모호하게 비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단점들이 오히려 필름 카메라만이 담고 있는 고유의 감성 그리고 그것을 촬영한 개인의 개성으로 대변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아날로그 감성이 반문화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의 욕구를 건드려 유행처럼 번지게 됐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물리적 경험과 관련돼 있다. 시간과 몸짓을 보다 많이 할애하는 아날로그의 비효율성이 오히려 더 큰 참여감과 만족도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멜론’, ‘애플 뮤직’과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클릭 몇 번으로 우리에게 음악을 전부 소유했다는 착각을 안겨준다. 바꿔 말하면 이는 음악이 하드디스크 속 1과 0으로 구성된 데이터로만 존재하게 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음악은 더 이상 애써 들을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이때 레코드판이 가져다 줄 수 있는 매력이 급부상하게 된다. 직접 가게에 들러 음반을 구입한다는 것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되는 과정이지만, 이런 과정이 거듭될수록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이를 향유하는데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동시에 그 가게의 단골이 돼 점원 혹은 주인과 인적관계를 형성하게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런 음악과 관련된 일화들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 혹은 사회적인 스킨십과 연결돼 더 큰 만족감을 준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서로에게 창을 겨누는 사이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둘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아날로그 제품들의 유행에는 SNS를 비롯한 디지털 매체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의 예도 있다. 디지털 제품을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판매하는 ‘애플 스토어’를 떠올려 보자. 이곳이 애플 제품을 구입하는 가장 비싼 경로라는 점에 주목해본다면 더욱 흥미롭다. 디지털이 우리의 삶을 점유해 나아갈 것이란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여전히 노트에 메모를 하고 있는 것처럼 아날로그는 언제든 머리를 들어 자신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손수 편지를 보내오지 않을까란 예상이다. * 촬영을 할 때 화면을 구성하는 데 있어 편리하도록 피사체를 관찰할 수 있게 고안된 카메라 내의 광학 장치

조일남 수습기자 ajtwlsdlfska@kw.ac.kr

<저작권자 © 미디어광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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