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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쓸쓸한 초상,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기사승인 2019.03.04  1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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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비씨네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신지(이케마츠 소스케). 낮에는 간호사, 밤에는 술집에서 일하는 미카(이시바시 시즈카). 이들은 하루 하루가 고독하다. 매일 밤,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도시의 불빛에 의지하며 삶을 부여잡는다. 신지와 미카는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서 서로를 향해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이들에게도 희망이 있을까. 신지는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 신지에게 세상은 반쪽짜리다. 영화는 종종 스크린의 절반을 암전(blackout)으로 처리해 신지의 시점을 보여준다. 신지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의 형태는 불완전하다. 한편 미카는 이별에 관한 아픔을 갖고 있다. 일찍부터 미카의 엄마는 자살했고 미카는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여긴다. 그녀는 사랑을 신뢰하지 않는다. 미카에게 사랑은 슬픈 상처로 되돌아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결여 속에서 살아간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는 도쿄에서 살아가는 청춘의 쓸쓸한 초상을 그린다. 영화를 만든 이시이 유야는 일본 내외에서 이미 정평이 난 감독이다. 이 작품도 유수 영화제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영화잡지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베스트 순위 1위에 올랐고, ‘아시안필름어워드’에서는 감독상을 수상했다. 작품의 원작은 독특하다. 일본 시인 사이하테 타히의 시집 『밤하늘은 항상 최고 밀도의 푸른색이다』가 원작이다. 시집이 원작인 만큼 영화에서도 시적 은유가 돋보인다. 카메라가 비추는 이미지들은 섬세하고 함축적이다. 대사보다 이미지가 핵심인 영화다. 영화는 도시 속 외로운 혼령들을 포착하고 도시의 이면을 들춰낸다. 광각 렌즈, 역동적인 촬영, 슬로우 모션 등을 적극적으로 가미해 도시 풍경을 기괴한 형상으로 왜곡시키고 비틀어버린다. 때로는 붉은 빛과 파란 빛, 소음과 무음, 밤과 낮 등을 대비해 극단적이고 분열적인 도시의 파편성을 강조한다. 도시의 삶, 청춘의 모습은 무력하고 희미하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곧 사라지는 담배 연기처럼 그들은 세상에 흡수된다. 군중 속의 고독을 그려내는 이 영화로부터 기시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움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를 보면 왕가위 감독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지만 시적인 영상을 구현하고자 한 감독의 형식적 시도는 대담하고 감각적이다. 감독 이시이 유야는 “세상 풍경을 다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영화 속 인물들이 불완전한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다만 영화는 인간의 결함을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결여된 인물들이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들을 쌓아 올린다. 그 기적은 사랑이 만든다. 신지와 미카는 오랜 시간 거대한 공백으로 남아있던 서로의 가슴을 헤집기 시작한다. 세상을 온전히 볼 수 없었던 신지의 반쪽짜리 눈은 미카의 존재로 인해 가득 채워지고, 가슴 깊이 새겨져 있던 미카의 상처는 서서히 녹아든다. 신지는 미카를 향해 이렇게 고백한다. “이런 눈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지금 처음 생각했어.” 신지는 깨달은 것이다. 세상엔 혼자가 아닌 둘이서만 이뤄낼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사랑은 결여의 산물이다. 결여가 없으면 사랑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존재만으로도 완전한 인간이라면 누군가를 간절히 부를 이유는 없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우리는 자신의 결여를 깨달을 때의 그 절박함으로 누군가를 부른다”며 사랑은 곧 자신의 결여를 인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사랑은 서로의 결여를 채우는 일일 것이다. 영화 속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후반부에서 펼쳐진다. 도시의 삶에 지친 두 사람은 도쿄를 잠시 떠난다. 미카의 고향이자 조용한 시골 마을로 향한다. 미카에게는 소중한 엄마를 잃은 상실의 공간이기도 할 것이다. 그곳은 도시의 불빛이 없다. 밤이 되면 끝없이 어둡고 적막하다. 여름밤이 짙게 피어오른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자전거를 타며 밤을 함께 헤쳐나간다. 어느새 둘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둘의 웃음은 어둠에 가리어지지 않는다. 화면에는 둘의 존재만이 오롯하다. 영화를 통틀어 두 사람이 가장 선명하게 살아 움직이는 순간이다. 결국 어둠을 마주하는 일은 우리가 선명하게 존재하는 길이다. 어둠을 직시하는 힘이야말로 희망으로 이어지는 길이라 이 영화는 믿는 것 같다. 이 장면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뿐이다.

최승현 기자 shc@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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