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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

기사승인 2019.11.18  09: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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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낯선 것 지지난 주, 알바하면서 많은 생각을 들게 한 이야기를 들었다. 폭풍처럼 바쁜 점심시간이 지나 한가한 시간이 되면 나와 내 파트너는 무료함을 풀기 위해 한 주 동안 겪었던 일에 관해 이야기하곤 한다. 파트너가 다니는 A 대학엔 물속 생물들에 대해 배우는 교양 교과목이 있다. 정확한 교과목을 밝힐 순 없지만, 귀여운 강의명과 높은 강의평을 받은 교양이었다. 처음엔 물속 생물들에 대한 재미있는 영상을 보고 생물들의 삶을 엿보며 힐링됐다고 한다. 이번 학기엔 물속 생물들, 주로 물고기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물고기 해부 실험이 처음으로 진행됐다. 다들 낯선 생물을 공부하는 과정에 설레며 실험실로 향했다. 막상 실험실에 도착해 엄지보다 작고 펄떡거리는 노란 금붕어를 보니 직접 마취시키고 해부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에 작은 몸서리를 치긴 했지만 말이다. 팀원 각자가 작은 금붕어를 해부하고 생채기가 나지 않은 내장들을 모아 금붕어 한 마리의 몸을 다시 완성 시키는 게 실험의 끝이었다.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니 갑자기 구역질과 함께 역겨움이 올라왔다. 금붕어를 그저 작고 귀여운 애완동물로 키웠었는데. 알바가 끝나고 나서 공허한 마음을 달래려 예전에 시청했던 영화 『클로저』를 다시 봤다. 금붕어 해부 실험처럼 그 대상에게 가까워지기 위한 선택을 오히려 멀어지게 만든 행위를 사람의 관계에 투영시킨 내용을 담고 있어서였을까? 고민 없이 『클로저』를 고르게 됐다. 두 번째 보는 영화였지만 이번에는 끝까지 시청하지 못했다. 제목 『클로저』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더 가까워진다는 의미의 closer(1), 닫는다, 폐쇄해버린다는 의미의 closer(2). 『클로저』를 보고 나니 ‘stranger(낯선사람)’였던 금붕어를 나의 ‘closer(1)’로 만들려는 해부 실험이 금붕어가 나에게 ‘stranger’가 되도록 ‘closer(2)’ 해버린 것을 마치 내가 겪은 일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모든 익숙한 것들이 갑자기 낯설게만 느껴질 것 같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의 결과는 순간의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내가 거부할 수 있고 내 손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다. 그중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흔하고, 가장 어려우면서도 쉽게 만들어지는 순간은 뭘까.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처음엔 경계하게 되지만 낯선 것에 빠지기는 쉽다. 낯선 사람에게 빠지기도 쉽다.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더 낯선 상대방의 모습을 대면하게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 한 번씩 겪어 본 상황일 수도 있다. 이별의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별의 순간 내가 너무 잘 알던 사람, 나에게 ‘closer(1)’였던 그 사람과의 지금 대화는 낯선 이, ‘stranger’ 와의 대화다.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다. 나에게 stranger였던 그 사람이 온전한 closer가 되는 순간 우리는 closer에 대해 처음 알게 된 낯선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closer는 나에게 stranger가 된다. 학생들은 작고 귀여운 그저 애완동물로 친숙하던, 물고기로서는 낯설었던 금붕어와 가까워지기 위해 해부를 했다. 속을 열어 피를 뽑아내고 내장 하나하나 분리하고 부속물들을 모아 다시 하나의 금붕어 모양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낯선 물고기의 구조를 더 자세하게 배우려는, 친숙해지려는 이 행위 자체가 생각만으로도 역겨웠고 겁이 났고 미안했다. 이렇듯 그저 큰 생각 없이 내 주위의 것에 대해 너무 자세하게 알고 싶어 하면 할수록 그 실체를 깨달아 버리고 되려 달아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closer(1)의 행위가 불러오는 closer(2)라는 결과는 물고기 해부 실험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친숙하게 사용했던 사물이나 도구를 사용할 수 없을 때, 친밀한 사람을 너무 적나라하게 알아버린 순간, 낯섦은 마침내 우리 눈에 띄게 된다. 익숙하게 사용하던 것들이 망가지고 관계가 와해 된다면, 다시 말해 친숙한 것들이 낯선 것들이 되었을 때 우리는 다시 그것들을 의식적으로 낯설게 바라본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낯섦을 배척하지는 말자. 낯섦을 통해 무언가에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성장 과정과도 같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내가 그것에, 그 자리에, 그 순간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언가 낯설다면, 내가 성장할 기회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익숙해지려고 항상 억지로 다가가거나 노력할 필요는 없다. closer가 되기 위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묘한 미시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 어쩌면 낯선 것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 사람, 혹은 그것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이기에.

김수빈 편집장 sgm05190@kw.ac.kr

<저작권자 © 미디어광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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